[연재] 게임서버에 대해 말해주마 - 1부, 게임서버의 정의와 역사

by nettzakklee / 2012. 02. 09. [13:44]

출처: Inven 날짜 : 2012-02-09 11:13  배현직(imays@nettention.com)

▲ 배현직 대표
인벤에서는 국내최초로 서버엔진을 개발하고 상용화한 '넷텐션'의 배현직 대표님을 모시고 서버 관련 칼럼을 기고받게 되었습니다.

넷텐션은 '프라우드넷(ProudNet)'이라는 이름의 서버 엔진을 개발해 현재 '마비노기영웅전', '마계촌온라인', '라그나로크온라인2' 등 60개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에서 사용 중이며 미국, 한국, 독일 중국 등 9개국 이상에서 게임 서버로 운용 중입니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서버에 대한 개념과 콘솔게임 서버와 온라인 게임 서버의 특징, 온라인게임 역사와 함께 발달한 서버의 역사를 소개합니다.

※ 넷텐션 공식홈페이지 바로가기





 

20년 전, 용산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며 원하던 패키지 게임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올 때 느꼈던 설렘이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침 일찍 살짝 갑갑한 공기가 감돌던 오락실에 가서 게임 한판 하고 탑 스코어에 필자의 이니셜 세 글자를 찍고 흐뭇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게임은 미국 아니면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 전부였다. 당연히 국산 게임은 거의 없었다. 1990년이 지나서야 하나 둘 국산 게임이 등장했다. 필자가 게임 업계에 입문했던 1995년, 게임 회사의 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등장하는 멋진 게임들은 그저 '동경의 대상'이었던 시절이다.


 



그러던 중, 점점 게임 시장이 커지더니 1997년부터 PC방, 스타크래프트, 바람의 나라, 리니지 등이 등장하면서 게임 산업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두세 명 모여 라면 먹으면서 게임을 개발하던 시절은 끝나버렸고, 고급 인재들이 잔뜩 모여 무지막지한 규모의 게임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미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온라인 게임이 있다. 명실공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온라인 게임 강국이 되었다.

온라인 게임에서 ‘온라인’이라는 말이 붙으면 꼭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바로 ‘게임 서버’다. 그러나 서버와 관련해서는 좋은 소리가 별로 없다. 공지 사항의 사과문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도 ‘서버’다. 게임 하다가 뭐 잘못되면 “야, 서버 불안정하다~”라고 말하곤 한다. “랙 쩔면” 일단 서버 탓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미친 존재감을 자랑(?)하는 게임 서버에 대해 알아보자.


게임 서버란?

 



게임 서버를 광범위하게 분류하면 ‘호스트(host) 게임 서버’ 혹은 ‘데디케이티드(dedicated) 게임 서버’라고 표현한다.

호스트 게임 서버는 게임을 구매한 후 그 안에 들어 있는 게임 서버라는 것을 직접 띄워서 몇 명의 다른 사람과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패키지 게임에서 호스트 게임 서버를 발견할 수 있다.

 





데디케이티드 게임 서버는 게임 사용자가 직접 자기 컴퓨터에 띄울 수 없고, 대신 그 게임을 만든 회사에서 직접 서버를 띄운다. 데디케이티드 게임 서버는 호스트 게임 서버보다 훨씬 많은 동시접속자를 감당할 수 있다.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만 명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초대형 서버이다. 데디케이티드 게임 서버는 게임 개발사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으며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 서버를 띄우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호스트 게임 서버는 패키지 게임에서만 존재하고 데디케이티드 게임 서버는 온라인 게임에서 존재한다. 이제부터 필자는 여기서 데디테이티드 서버를 줄여서 그냥 게임 서버라고 부르겠다.



패키지 게임에서 실행되는 게임 프로그램은 입력받기, 게임 로직 처리, 랜더링의 역할을 한다. 입력받기란, 사용자가 마우스나 키보드를 이용해서 컴퓨터에 입력하는 것을 말한다. 게임 로직은 컴퓨터 안에서 일어나는 게임 내 공간의 환경을 애니메이션 즉 시뮬레이션시키는 것을 말한다. 렌더링은 게임 내 공간, 즉 게임 월드를 화면과 스피커에 뿌려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RPG 게임에서 나의 마법사 캐릭터를 움직이기 위해 화면 어딘가에 우클릭을 하는 것은 입력이고, 그때 마법사가 뛰어가게 하는 것이 게임 로직 처리, 마법사의 아름다운 뒤태를 그려주는 것이 렌더링이다.

즉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것이 패키지 게임의 특징이다.




온라인 게임을 이용하려면 '게임 클라이언트'라는 것을 다운로드해서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게임 클라이언트만 있다고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가 인터넷에 연결되어야 하고, 게임 서버에 접속해야 한다.

'온라인 게임'은 혼자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연결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모험도 하고 경쟁도 해야 한다. 그래서 멀티플레이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과 같이 게임을 플레이하려면 그러한 일들을 중간에서 관리해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게임 서버'이다.



패키지 게임에서는 입력받기, 게임 로직 처리, 렌더링을 컴퓨터 한 대에서 모두 처리했다면, 온라인 게임에서는 서버와 클라이언트로 역할이 나누어진다. 게임 클라이언트는 입력받기와 렌더링을 전담하고, 게임 로직의 일부분을 게임 서버가 담당한다. 게임 서버로 접속하지 않으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온라인 게임에서 게임 서버가 하는 역할은 뇌에 가깝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없으면 죽은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게임은 패키지 게임과 달리 불법복제를 할 방법이 거의 없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게임 서버가 없이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게임 서버가 유출되면 패키지 게임처럼 불법복제가 쉬워진다. 게임 개발사들이 게임 서버를 1급 보안으로 취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패키지 게임이야 다운되어봤자 한 사람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뿐이다. 하지만 게임 서버가 다운되면 최악에는 전세계 수천 수만 사람들이 동시에 벌떡 일어나 버릴 수도 있다. 그래서, 게임 서버는 첫째도 안정, 둘째도 안정, 셋째도 안정이 중요하다.


[ ▲ 게임 서버가 다운되면 최악에는 전 세계 사람들이 순식간에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다. ]



게임 서버의 역사

 



게임 서버의 역사는 온라인 게임과 함께한다.

전화선으로 즐기던 PC 통신에서의 '텍스트 머드(MUD)' 게임들은 현재의 온라인 게임 서버의 원조 격이다. 텍스트 머드 게임은 게임 클라이언트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텍스트를 보여주는 ‘터미널’이라고 불리는 단순한 모양의 프로그램이 게임 클라이언트 역할을 한다.



텍스트 머드 게임은 게임 화면이 그저 글자로만 나타난다. 게임에서 일어나는 각종 에피소드는 화면에 그려지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속으로 상상하듯이, 머드 게임을 하면서 게임 화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된다. 그당시 텍스트 머드 게임의 재미와 중독성은 충격적이었다. 온종일 PC 통신에 연결해 게임을 즐기다가 수십만 원 전화료 청구서를 받고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은 월 정액제 인터넷이지만, 과거에는 분당 10원꼴로 전화료를 내야 했다.)

재미있는 소설이 있으면 언젠가는 영화화되는 것처럼, 당시 머드 게임 또한 머릿속이 아닌 눈앞에서 멋진 장면이 연출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자연스레, 텍스트 머드보다 더 발전된 온라인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게임을 '그래픽 머드'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때부터 터미널이 아닌 전용 게임 클라이언트와 게임 서버로 구별된 온라인 게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그래픽 머드는 '울티마 온라인', '바람의 나라', '리니지'가 있다. 현재 우리가 부르는 온라인 게임이 사실상 그래픽 머드인 셈이다.

[ ▲ 울티마 온라인. 등장 당시 충격적이었다. ]



인터넷은 점점 빨라지고, 요금제도 월정액제로 바뀌었다. PC방이 늘어났고, 컴퓨터는 보급화됐다. 그야말로 "온라인 게임 시대"가 시작되었다. 동시에 게임 서버 기술도 눈부시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가 게임 서버 기술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이제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



 

[ ▲ 리니지, 아이온, 카트라이더, 리니지이터널, 마비노기 영웅전 등
한국에서 항상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게임들이 계속 등장해 왔다.
한국이 괜히 온라인 게임 강국이 아니다. ]



 

w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