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엔진 회사의 사명 (덤: 자체 게임개발을 요새 안하는 이유)

by nettadmin / 2010. 09. 07. [01:56]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탄탄한 게임엔진 개발사니, 게임 만들어 대박내셔야죠? 게임 금방 만드시죠?"

 

맞습니다. 게임을 금방 만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데 있죠.

 

열심히 만들었는데 정작 재미가 부족하거나, 재미가 충족되어도 유저들의 수요를 맞추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게임 개발사들이 많습니다. 힘들게 만들어서 오픈베타까지 했는데도 저조한 동접에 절망적인 상황이 되는 프로젝트나 회사도 더러 있습니다.

 

마침, 저희도 올해 상반기에 간단한 온라인 게임을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프라우드넷의 차기작 버전을 위한 검증용 게임이기도 합니다. 엔진 유지보수,기술지원,새 엔진 기능 개발 기간을 제외한다면 데모 순개발량은 3명 * 1달입니다. 프로토타입 수준이지만, 게임서버엔진 개발사답게 서버&네트웍쪽은 상용화 수준으로 스케일아웃했고요. 이브온라인 같은 류의 게임이지만 조작이 훨씬 캐주얼한 게임이었습니다.

 

엔진 검증은 잘 했지만, 불행하게도 게임 자체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컨텐츠 부족이네, 지형지물이 부족한 게임이라 그렇네, 이유는 다양합니다. 어쨌거나 게임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결론은 간단히 났습니다. "나중에 엔진 샘플로 넣읍시다..." 그렇습니다. 조만간 우주전쟁 MMO 슈팅게임이 엔진 샘플로 들어갈지도 모릅니다. -_-;;;;;;;;;;;

 

그렇습니다. 저희는 게임을 개발하면 프로그램쪽 만큼은 금방 만들어냅니다. 그러지만 재미있는 게임을 집중해서 만들 정도가 되려면 좀 더 수련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게임엔진 사용자(즉 게임회사)를 위해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할 시기입니다. 그래서 아직 게임을 안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확실합니다. "많은 게임을 만들어보고 버려봐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재미있는 캐주얼 게임 개발사로 유명한 PopCap Games는 단 1개의 재미있는 게임은 50개 게임 출시의 가치를 가지며 재미가 부족하면 언제든지 거의 다 만든 게임이라도 버릴(KILL) 준비가 되어있다고[1] 말하는 회사입니다. 

 

게임 개발을 많이 해보고 많이 평을 들어봐야 합니다. 이러려면 게임 개발의 주기가 짧아야 합니다. 그리고 만든 게임이 별로다 싶으면 상한선 없이 롤백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단, 개발팀은 그대로 유지해야 하고요.

 

여기에 바로 게임엔진의 효용가치 #1이 있습니다. 좋은 게임엔진의 선택은 개발 주기를 줄입니다. 주기를 줄인만큼, 만든 게임이 재미없을 때 때 패닉을 더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혁신적인 게임을 개발하는 요령 중 하나는 혁신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엔진을 개발하거나 도입하는 것입니다. 혁신적인 기능을 가졌지만 아직 그 엔진을 사용한 게임이 아직 없거나 매우 적을 때가 적절한 시기입니다. 그 엔진이 가진 기능을 보면서 뭔가 기발한 게임기획이 나올 수 있다면 그것이 게임엔진의 효용가치 #2 입니다. 즉 게임엔진의 두번째 사명은 게임 시장에서 새 트렌드를 창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죠. 프라우드넷은 MMO게임에서도 P2P를 혼용해서 대량 트래픽을 서버로부터 분리하는 기술을 갖추었습니다. (관련 특허 출원하는데 천몇백만원 깨졌습니다. -_-;) 최근 이 기능 덕택에, 랙에 민감하고 트래픽이 많은 온라인 게임(가령 MMO 액션 게임이나 MMOFPS 게임) 개발을 위해 프라우드넷이 라이선싱되고 있습니다. 몇년 지나면 프라우드넷 쓰는 MMO 게임을 주변에서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정리하자면,

  • 요새 게임을 안만드는 이유는 재미있는 게임 개발보다는, 게임회사가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고요, 
  • 게임 엔진 회사의 사명은 게임 개발자에게 (갈아엎는) 용기와 (신장르 개척의) 기회를 주는 데 있습니다.
물론, 저희도 언젠가는 게임을 또 만들겠죠. 매달 하나씩 만들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엔진 데모행, 잘 되면 그걸로 고고고~...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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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 are willing to kill a game at any stage if we don't think it's working out - even ones we've been working on for months." PopCap Games는 한 타이틀 제작에 몇 달이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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